[책 리뷰]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해골
- 2019년 1월 25일
- 2분 분량

"아,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아닌 것 같다면서 왜 계속 달리는 건데? 멈추는 게 우선 아니냐?"
아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나는 고시생이었다.(나는 이 소재를 엄청나게 우려먹을 것이다)
3년 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했고, 6개월 동안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그 기간 동안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남들 하는 공부 나도 열심히 했고, 남들이 불안을 느끼는 만큼 나도 불안을 느꼈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더 논 것 같기는 하다.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는 데, 너무 불안하고 너무 힘들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불안해서 힘들었다.
고시를 준비하는 것은 분명 합격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합격하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시간으로 남는 것이기 때문에, 혹여나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어쩌지?' 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그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시험에 낙방하고 말았다.
그때의 나는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 달려갔다.
멈추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 이제껏 해온 것들이 아깝기도 했다.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불안감이 두려움을 넘어설 때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도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다. 홍대를 가기 위해 여러번 수능 시험을 보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을 뛰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 시대에 평범하게 열심히 사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어느날 큰 깨달음(?) 없이 사표를 내고 지금의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받은 느낌은 '아, 이사람은 정말 편하게 산다.'는 느낌이었다.
저자를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도 더불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깊은 문구는 열심히 살기 때문에 진다는 말이었다.
열심히 사니까 승패를 따지게 되고, 그 승부에서 지게 된 사람이 패배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열심히 하지 않을 때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의 경험을 즐길 뿐이다.
하지만 노력이라는 요소가 가미되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내가 그동안 한 것이 아까워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된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동물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기 마련이듯,
결국 어딘가에서는 지고 만다.
나도 열심히 살았는데 성과를 내지 못하니 그런 마음이 많이 들었다.
억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읽어보니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받은 기분이었다.
어차피 열심히 산다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없는 세상인데,
열심히 살지 않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도 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도 인생에서 최대한 힘을 빼고 살아가려고 한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다시 또 열심히 살고 싶어지는 순간도 올 것이고
좋은 날도 오리라 생각한다.
경쟁에 지친 나에게 큰 위로와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준 좋은 책이었다.
-횡설수설 책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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