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그리는 한 폭의 수채화
- 해골
- 2019년 3월 15일
- 2분 분량

교보문고에서 쇼핑을 하는 중이었다. 베스트 셀러 목록을 보는데 시집이 상위권에 올라있었다. 보통 베스트 셀러 목록에는 소설 아니면 자기계발서가 올라오는 터라 신기한 마음에 책을 사게 되었다. 시집의 제목은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책이었다. <풀꽃>이라는 시로 유명한 나태주 작가의 시집이었다. 시집은 나태주 작가의 시 중 SNS에서 인기가 많은 시들을 모아 만든 것이라고 했다. 확실히 많은 시들이 어디선가 한 두 문장 정도는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태주 작가의 시는 짧고 간결하다. 담백하고 담담한 어조이지만, 그 말이 내 마음 어딘가를 톡톡 건드린다. 강렬한 수사를 활용하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조용히 읊조리는 독백의 이미지이다. 파스텔 톤의 수채화도 연상된다. 인상파 화가의 느낌이 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인생에 대해 고찰한 흔적이 보이면서도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시다. 그렇기에 많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가 보다.
시집만 읽었을 때에는 3040 세대의 시인일 줄 알았다. 후에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인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라는 책을 읽고 나서야 그것보다 더 오래 사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문집도 시집과 같은 느낌이었다. 시를 다른 형식으로 쓴 것 같았다. 역시나 담담하고 수려한 문체였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정말 탐나는 문장력을 가지고 계신다(이 책을 필사하는 것도 문장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내용은 특별하지 않다. 여느 에세이에서 많이 본 주제들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의 특장점은 글의 주제가 아니다. 인생을 조금 더 오래산 사람의 입장에서 보통의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는 문장에 그 아름다움이 들어있다.
책의 내용 중에 인생을 질그릇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좋은 항아리라도 그 안에 잡동사니를 넣어둔다면 보잘 것 없는 항아리가 되고, 보잘 것 없는 질그릇 항아리라도 그 안에 소중한 것들을 넣어 보관한다면 세상 무엇보다 귀중한 항아리가 된다고 말했다.
연일 대서특필 되고 있는 최근의 사건들과 연관시켜 본다면, 정말 의미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그릇 속에 나쁜 것들을 잔뜩 담아 두었던 그릇은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과 시간들은 화려한 그릇들이 거의 없다. 다들 흙으로 빚은 투박한 그릇이지만, 나에게 너무나 큰 행복을 선사해준다. 멋진 그릇이 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많은 용기와 힘을 북돋아 준다. 너무나도 감사한 시간들이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이만한 문장력을 갖추고 싶고 이러한 감정의 울림을 읽는 사람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수려한 글로 감상에 빠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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