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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후기[스포주의, 스포많음]

  • 작성자 사진: 해골
    해골
  • 2019년 3월 26일
  • 2분 분량


많은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이야기하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보았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보았다. 후기와 포스터 정도가 전부였다. 참, 그리고 악역을 맡은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력이 미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숨이 막힌다는 것이었다. 초반부에 나치 군인들이 와서 민가를 수색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인물들은 그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눈다. 내용은 조금 살벌하다. 숨겨주고 있는 유대인이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 공무원이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듯 그저 형식상의 일이고 서류상으로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일이라 양해를 바란다며 서류에 정보들을 채워 넣는다. 감독은 롱테이크로 장면을 연출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장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평범한 대화 속에서 취조 당하는 이와 관객은 점점 목을 졸라오는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마지막에 결국 취조 당하는 이는 그에게 굴복하고 유대인들이 숨어있는 장소를 말해주게 된다. 와... 진짜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나라도 그 대화에서는 실토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두 번째 인상 깊은 것은 조금 잔인하다는 것이었다. 고어물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사람의 머리를 벗겨내는 장면이나 머리를 몽둥이로 내려쳐 뭉개는 장면은 보기 힘들었다.


세 번째 인상 깊은 것. 프랑스 배우가 너무 매력있었다. 멜라니 로랑이라는 배우이다. 전에 다른 영화에서 봤을 때도 너무 매력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당시에는 이름을 알지 못했다. 이번에라도 알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그 눈을 실제로 바라본다면 사랑에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배우는 진짜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보다.


이 영화의 특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내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원래의 역사는 전쟁에 패망한 히틀러가 권총 자살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히틀러의 암살에 성공해 그에게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으로 끝이나게 된다. 역사를 뒤틀어 버린 것이다. 처음엔 감독이 왜 그런 결말을 지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정서상 역사 왜곡은 민감한 주제기에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글을 몇 개 찾아보았다. 찾아본 글에서는 감독이 그렇게 역사를 뒤틀어 버림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한다. 권총 자살은 히틀러에게 단죄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정의를 실현하고 그에게 처벌을 주고 싶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대신 총을 난사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위로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변절한 독일 장교의 이마에 하켄크로이츠를 새기는 것 역시 같은 의미이다. 어쨌든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게 도움을 주었기에 죽이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이 그제까지 저질러온 죄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지울 수 없는 징표를 남기는 것이다. 꽤나 발칙하고 멋진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리우드는 역사를 왜곡하는 작품을 만들었고 이는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당사자인 독일의 입장은 잘 모르지만, 외교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독일도 그것에 큰 불만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일본이 가만히 있었을까? 아마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우선 제작 과정에서 많은 외압이 들어올 것이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항의문을 작성할지도 모른다. 일본은 그런 문제에 민감하고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나라를 압박하니까.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그저 그런 과거를 묻어두거나 미화하기 바쁜 나라니까. 그런 발칙한 영화를 만들고도 당당할 수 있는 미국과 그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는 독일의 모습에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없는 우리나라와 그런 작품을 상영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일본의 힘에 휘둘릴 것이라는 예상이 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발칙한 상상, 뛰어난 작품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나에게는 약소국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드는 자세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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